제4회 노회찬상

노회찬상 수상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021년 12월 3일부터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2001년 오이도역 지하철 리프트에서 장애인이 추락하여 사망한 이후로 지금까지 21년동안 지하철에 머물며 외쳐왔습니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만 타온 ’시민권 열차‘에 탑승시켜 주십시오.”

전장연은 지하철을 탑니다. 그것도 매일 출근길에 탑니다. “시민 여러분, 무거운 마음으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입을 뗀 지 오늘로 325일째입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는 ‘비문명’이라 지적질을 시작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을 시민들 피해 입히는 ‘사회적 강자’라 규정하며 갈라치기의 진검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전장연이 장애인을 배제하고 격리하며 ‘시민권’을 부정하는 국가권력과 비장애인중심의 ‘극단적 차별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해온 ‘지하철행동’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극단적 시위로 규정하고 ‘무관용’과 ‘무정차’를 넘어 중범죄로 다루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과 일부 언론이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가르키며’ ‘갈라치기’를 통해 양산해낸 혐오 앞에서 노회찬 의원의 당대표 선출 발언을 기억해 봅니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 이들은 투명인간”입니다. 장애인도 차별과 격리와 배제의 사회구조 속에서 투명인간이었습니다. 

“강물은 아래로 흘러 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중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 출근 행렬에 끼어보지도 못한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멈추자 ‘죄없는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고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장애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졌다며, 혐오와 욕설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이들을 매일같이 마주합니다. 정치인과 언론이 터준 길로 혐오와 적대의 장이 열리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기에, 또다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러 나갑니다. 

지금. 화살을 같이 맞아줄 정치가 그리워집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혐오와 욕설로 고통받는 투명인간 곁에 함께할 정치는 어디에 있나요. 노회찬 의원님.

노회찬상 특별상
노동건강연대

고맙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2001년부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짐작컨데, 많은 분이 아실 만한 저희 활동은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일 듯합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가장 먼저 깊게 관심을 가져준 법안이기도 합니다. 2021년에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그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어 202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법 시행 1년 만에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새해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줄어들기를,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가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기에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바람에 조촐한 축하 모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라도 우리의 활동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노회찬재단에서 뜻깊은 상을 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성스러운 추천서를 써주신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 트위터 계정 운영자이신 이현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책을 선물했던 노회찬 의원을 기억합니다. 

2022년, 노동건강연대는 20대, 30대 청년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언어로 직접 이야기하는 '노동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여성들이 일터에서 어떤 어려움과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지 찾아다녔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일부 여성'의 문제가 아닌, '노동 문제'로, '우리 사회의 문제'로 끌어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무지한 고함 소리에 묻히고, 목소리를 내야 할 민주주의와 정치의 자리가 한없이 작아진 지금, 파업 현장에 직접 와서 몸으로 함께 하는 국회의원이 있었다는 게 큰 자산이었음을 실감합니다. 세계여성의 날이면 여성노동자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던 노회찬 의원을 많은 이들이 이야기합니다. 6411 새벽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노동자와 함께 했던 그를 이야기합니다. 

많이 떠올리고 계속 이야기되어도 닳아지지 않을 마음입니다. 

언제나 새로이 노회찬 의원을 기억하며, 노동건강연대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노동자들과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노회찬상 특별상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UN 피해자 권리장전에는 ‘진실에 대한 권리’가 나옵니다. 피해자는 본인이 겪은 인권침해상황과 원인에 대한 정보접근과 알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회복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에게는 이 진실에 대한 권리부터 문턱이 높은 게 현실입니다. 2월 4일,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붙은 “그날의 진실, 우리가 찾겠습니다”라는 말이 이를 반증합니다.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접촉한 물질이 암에 걸리거나 사망을 할 수도 있는 유해화학물질이라는 것을 밝혀 산업재해 인정을 받으려 해도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며 정보를 감추기 일쑤입니다. 

이런 비밀의 시대, 정보 독점의 시대에 ‘권력과 권위가 힘으로 감추고 있는 진실을 세상에 알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애쓰는 곳에 지지와 연대의 의미를 담은 노회찬상을 정보공개센터가 받게 되어 정말로 기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권력이 독점하는 비밀에 균열을 내고, 감춰져있는 진실을 드러내고, 누구든 알권리를 누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국가의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합니다. 국가의 정보는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보공개법 개정, 회의공개법 도입 등 민주적이고 열려있는 사회시스템을 위한 활동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순탄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밀은 권력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알권리라는 것은 다른 인권가치와 마찬가지로 마치 공기와도 같아서 손에 딱 잡히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쓸 뿐입니다. 그래서 노회찬상의 격려가 더욱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정보공개센터는 노동자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와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지 연구하고, 중대재해 사업장명과 사고내용을 구인구직정보와 연계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찾기> 사이트(www.nosanjae.kr)를 만들어 노동자, 구직자들이 위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권력을 감시하는데 기초가 될 데이터도 만들고 있습니다. 3859명에 달하는 전국의 지방의원들은 우리 마을의 국회의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권한과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과 지역의 정치는 유리되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정치는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에서도 멀어졌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시민들과 함께 정부와 의회 누구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지방의원의 정보를 데이터로 만들어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활동이 공공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시민의 사회참여를 촉진한다고 믿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모든 시민이 알권리를 누리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발랄하게 활동하겠습니다. 혹시라도 활동하다 지쳐서 웃음과 에너지가 사라지려고 하면 노회찬재단이 우리를 응원한 그 마음도 떠올리며 숨을 고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