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노회찬상

노회찬상 수상자
최말자
'56년만의 미투' 재심청구인

약자와 함께하고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는 제5회 노회찬상을 받을 수 있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나를 응원해주는 지인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법적 싸움에 함께 해준 김수정 변호사와 법무법인 지향 외 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습니다. 활동을 하며 여성인권을 위한 모두의 힘과 용기를 보았습니다. 이 상은 많은 시민들이 보여준 응원과 연대 그 자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성평등 실현을 위한 재심 개시에 힘을 실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64년, 나는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행동하였으나,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묻어두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 미투운동이 시작되고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던 시기,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2021년 부산 지방법원은 “본 사건이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재판이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기가 막힌 변명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대법원에 즉시 항고를 하였고, 벌써 3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사법부는 이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성평등과 사법정의를 실현할 마지막 기로에 있습니다.

내가 걸어온 험난한 가시밭길을 회상하기 싫지만,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여성폭력 사건들, 우리 사회의 잘못된 남성들의 인식에 분노하며 밤을 새울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이 사건을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나의 욕심이 있다면 우리 후손들 중 나처럼 피해자가 가해자로 이중삼중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이후 가해자로 몰려 조사를 받은 18살에는 내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나는 피해자입니다. 나는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그날까지 활동하려 합니다. 나의 사건을 꼭 바로 잡아서, 우리 헌법에 맞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열고자 합니다. 여성이 우리 사회의 약자가 아니게 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함께 갑시다.

노회찬상 특별상 수상자
박정훈 해병대령

먼저 부족한 저에게 노회찬상 특별상이라는 과분한 영광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가 할 일을 당연히 했을 뿐인데, 이렇게 수상의 영광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국방부 검찰단에서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여 군사법원에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미 많은 언론과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시피, 저는 수해실종자 수색 작업 간 순직한 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사건을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하였으며, 그 수사결과를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대면하여 보고하였습니다. 이후 절차에 따라 관할경찰로 사건을 이첩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24시간이 되지 않아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이 뒤집히고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습니다. 적법하게 이첩된 사건서류는 군 검찰단에서 불법적으로 회수하였으며, 사단장 및 여단장은 혐의자에서 빠졌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명천지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책임 있는 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니 이렇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이 수상의 영광을 저의 부하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저의 지휘를 받아 그저 묵묵히 수사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현재까지 여러 고초를 겪고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들에게 우리는 정당하고 올바른 일을 하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수상의 영광을 주신 노회찬 재단에 감사드립니다.

노회찬상 특별상 수상자
소성욱‧김용민 부부

저희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이자, 또 서로의 가족이자 부부로서 1년 전 바로 오늘 동성배우자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승리를 거머쥐고, 또 계속 성소수자 권리증진을 위해 싸우고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입니다. 소감을 밝히기에 앞서 먼저 함께 승리한 저희 사건 대리인단 변호사님들, 함께 승리한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동료들, 그리고 추천서를 작성해주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승소한 판결문에 명시된 내용 중 다시 한 번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읽으며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성소수자 시민들, 가족들은 항상 우리 사회 일원으로서 함께 세상을 구성하고 꾸리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부와 주류정치는 성소수자의 존재와 권리를 항상 외면하고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해왔습니다. 성소수자를 외면하고 배제하는 정치인들이 더욱 더 많은 힘을 가지려고 서로 싸우고 있는 요즘, 고 노회찬 의원이 그랬던처럼 외면당하는 이들 곁에 올곧게 서는 정치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총선과 새국회 출범을 앞둔 지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루지 못했던 과거의 정치를 한국의 정치가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성소수자 권리증진을 위해 해야 하는 과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힘을 가진 이들이 단지 안하고 외면하고 무시할 뿐입니다. 작년에는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과 함께 혼인평등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이제는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국회 안에서 본격화되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 성별인정법과, 군형법 92조의 6폐지, 전파매개행위죄 폐지 등 바뀌고 새로워져야 하는 것들 투성이인 우리 사회에서, 우리나라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오늘 이 수상소감을 통해 또 한 번 말씀드립니다. 

“사랑이 이긴다” 작년에 승소했을 때 저희가 외친 말입니다. 우리는 혐오와 차별, 배제와 거부, 낙인과 편견을 우리의 사랑이 이길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승리의 길을 노회찬상이 더 폭넓게 넓혀주는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더 넓혀진 길에서,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성소수자 시민들과 성소수자 가족들의 권리를 꼭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